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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드는 취미 생활

신리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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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고향 당진에 다녀왔습니다. 당진의 지명 유래를 아시나요? 당진은 당나라로 가는 나루라는 뜻으로  신라시대 당나라와 교역하던 곳에서 유래한 지명입니다. 원래는 군(郡)이었는데 2012년 시(市)로 승격하였습니다.

 

당진은 산이 거의 없고, 온통 평탄한 평야지대뿐입니다. 쌀이 가장 돈이 되던 시절에는 정말 부자들이 많았던 동네지요. 실제로 합덕읍과 우강면을 가보면 약 20km 걸친 평야에 온통 논밖에 없습니다. 가을이면 어릴 때 교과서에서 보던 그 황금들판이 펼쳐집니다. 조금 있으면 그 황금들판이 펼쳐질텐데 보고 싶으신 분들은 9월말쯤에 드라이브를 한번 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당진을 포함하여 내포지역이라고 하는 당진, 홍성, 예산, 서산 등 충남 일대는 천주교 성지가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김대건 신부 생가, 신리성지, 해미읍성, 갈매못순교지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충남은 천주교의 아픈 역사가 구석구석 있기 때문에 우연히 여행하다 보면 작은 동네에도 다 천주교의 아픈역사가 있습니다.

 

내포 지역은 지형적으로 들어가있다는 뜻인데, 예전에는 해외로 가는 유일한 교통 수단이 뱃길이었기 때문에 중국에 있던 프랑스 선교사들이 배를 타고 강경포(논산시 강경읍)로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천주교가 충청도 일대에 가장 먼저 퍼지게 됩니다.

 

국사시간에 많이 머리글자를 따서 외웠던 것이 아직도 안 잊어버리고 있네요. 신해박해, 신유박해, 기유박해, 병인박해 맞나요?

 

단순히 시험문제를 맞추기 위해 외웠던 저 박해 안에 수많은 피흘림이 있었고, 그 산 역사가 바로 신리성지입니다.

 

당진에는 유명한 성지가 두군데가 있습니다. 바로 가장 유명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이신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가 있는 솔뫼성지(당진시 우강면)이고 그 다음이 신리성지 입니다.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1호 신부님으로 유명한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이니 당연히 유명한 곳이지만, 신리성지는 그와 반대로 이름없이 죽어간 무명 순교자분들의 아픈역사가 있는 곳 입니다.

 

신리성지는 잘 알려지지 않다가, 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공동묘지가 있는 윗 마을에서 공사를 하다가 땅을 팠는데 수많은 시체(뼈)들이 발견되었고, 그 시체들의 공통점이 머리가 없는 뼈 시체들이었다는 것 입니다. 즉 목이 잘린 시체들로 처형을 당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안에 묵주 등 십자가가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묵주와 십자가를 손에 쥐고 죽어도 신앙을 버리지 않겠노라며 칼에 목이 베인 것이지요. ㅠㅠ 

 

위 일을 계기로 대규모 발굴 작업이 이뤄졌고, 천주교회사 등 자료와 함께 신리의 역사가 밣혀지게 됩니다.

 

신리 성지하면 가장 기억해야 할 분이 두분인데, 바로 프랑스에서 오신 다블뤼 주교님과, 손자선 토마스 성인입니다. 1845년 프랑스 국적의 다블뤼 주교님이 중국에서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강경포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셨고, 당시 신리에서 재력가 집안이었던 손자선 성인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당시 신리 일대가 손씨 집성촌이었다고 하는데 박해를 받아 손자선 집안은 멸문지가의 화를 당하였습니다. 실제로 당시 손씨집안이 전부 순교하여 지금은 손씨가 한명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슬픈 역사지요

 

1845년에 들어오신 다블뤼 주교님은 무려 21년을 이 작은 시골마을에 기거하며 천주교 서적 저술이나 번역을 하셨다고 하니, 온통 논 밖에 없는 이 작은 시골마을에 그것도 요즘처럼 외국사람을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그 시절인 약 170년 전에 프랑스 사람이 이 시골 마을에 살았고 그것도 21년을 살았다니 참 그 낯선 풍경이 그려지기도 하고 그 숭고한 신앙심에 경외이 들기도 합니다.

 

신리성지에 가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주위를 보니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애인이랑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블로거 분들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리 성지를 방문해 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무명 순교자분들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재미로 와서 경치가 구경하고, 특히 애인과 와서 키스하거나 껴안고 사진을 찍는 분들이 꽤 있던데 제발 좀 삼가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본인들이야 사랑하는 애인과 와서 기분이 좋겠지만, 여기는 순교자들의 마을이고 그분들을 기리는 곳인데, 우리가 상가집가서 스킨십하지는 않잖아요? 본인들 행동이 그거랑 같은 겁니다 ㅠㅠ

 

다블뤼 주교관

여기가 바로 프랑스 주교님이 머물렀던 주교관입니다. 이 자리는 원래 손자선 토마스 성인의 집이 있던 자리이고 그 뒤 신리공소(강당, 예배당)으로 활용하다가 신리성지를 개발하면서 공소를 허물고 예전 모습의 주교관을 복원한 것 입니다.

 

신리성당

신리성지를 개발하면서 새로 건축한 성당입니다. 그 전에는 신리에는 성당이 없어서 이 일대 수많은 신자분들이 전부 구합덕 성당까지 버스를 타고 갔는데, 이제는 성당이 생겨서 신리에서 미사를 볼 수 있습니다.

 

 

 

신리성지

 

잔디밭 조성을 잘 해놔서 전부 푸른색,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저 세모 모양의 건물을 포함해서 작은 조형물 하나하나 마다 다 의미가 있다네요.

 

 

 

이 근처에 또 여사울 성지라고 하는 이존창의 생가도 있고, 충남에는 정말 성지가 많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가운데 알림판 아래쪽에 애정행각 금지도 있습니다. 제발 금지, 애정은 다른 곳에서 나누세요.

 

 

 

 

 

주변이 온통 논 뿐입니다.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입니다. 잠시 느림을 원하시는분들은 신리성지에 가서 천천히 가는 시간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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